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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마지막 사형수 - 조성애 수녀> 감상평

bagopeum 2023. 2. 9.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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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란 외부에서 오는 것 같지만 사실 자기 자신에게서 온다. 자신의 약한 마음, 게으른 마음, 성급한 버릇, 이런 것들이 결국 운명을 만든다고요.

 

정태에게는 모르겠지만 우리 아버지는 아마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보퉁이를 찾아가고 있다는 그런 느낌 아니었을까요?

탄생하는 것이 어찌 생명뿐일까 크게는 무한한 우주 속에 한개의 숯덩이 처럼 내던져진 이 땅덩어리의 생성으로 부터 바다와 육지, 나라와 나라, 도시와 농촌, 작게는 한 가정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갖가지 탄생과 마주하게 됩니다. 

 

성은 사랑의 표현이고 사랑에 대한 의사전달이며 사랑의 방법이다. 

 

죽음도 삶과 같이 어떤 절대자에 의해 예비되고 완결되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3600006

 

마지막 사형수 - YES24

한 사형수가 죽음을 기다리며 써 내려간 일기와 사형수의 대모로 불리우는 조성애 수녀가 사형수에게 보내는 편지를 엮어 만든 감동에세이. 1991년,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던 한 청년이 세상을 향

www.yes24.com

 

대한민국의 마지막 사형수인 김용제(세례명 : 요셉)의 이야기다. 그는 1991년 10월 19일 오후 4시경 여의도공원으로 차량을 몰고 질주하여 2명의 사망자와 21명의 부상자를 낸다. 1997년 12월 30일 그는 대한민국의 마지막 사형 집행을 받고 27세의 나이로 삶을 마감했으며 그 이후로 대한민국은 사형이라는 형벌은 유지하되 집행은 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무기징역인 셈. 

 

당시 신문기사 

 

범죄자에게 어떠한 서사도 주지 않아야 한다는게 요즘 범죄자를 다룰 때 쓰는 접근법이다. 서사를 주면 감정이입이 제대로 되고 불쌍해지거든. 가해자 대부분이 아버지의 끔찍한 폭력, 학대를 받고 자랐고 사회로 부터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했다. 가정과 사회에서 방치당한 그는 인격형성에 크나큰 하자가 생겨서 적절한 어른으로 자라나지 못하고 결국에는 범죄자가 된다. 이 것은 범죄에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 것이기에 피해자가 사회로부터 받아야할 애도를 빼앗길 수 있다. 

 

사실 이 책을 읽은 건 요즘 책이 하도 안읽혀서 술술읽히는 자극적인 소재의 책으로 독서의 물꼬를 트고 싶었다. 물론 자극적이긴 자극적이었는데, 단순히 분노만이 아니라 내가 절대 품지 않으려고 했던 범죄자에 대한 동정심을 품게 되어 느낌이 묘했다. 

 

옛날에는 다들 지금보다 더 폭력적으로 살았다. 요즘에 부모자격 없다고 욕먹을 사람들이 그 시절에 애를 수두룩 낳는 일도 허다했다. 김용제도 그렇게 태어난 사람이었다. 청각장애인 아버지와 시각장애인 어머니 사이에서 하필이면 시각장애를 물려 받았다. 시각장애도 완전히 안보이는 시작장애가 아니라, 일상생활은 어찌저찌할 수 있으나, 공부나 일과 같은 정교한 활동은 할 수 없는 시각장애였다. 한마디로 딱 경계에 걸쳐진 인물이었다. 정상인으로서 살아가기엔 몹시 어려웠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맹인으로 수용해 특혜를 주기에도 조금 애매한 위치.... 결국 그는 어릴 때 부터 시력 교정조차 할 수 없는 눈으로 살아야만 했고 그 결과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제대로 어울리지 못했다. .

 

어머니는 집을 나갔고 아버지는 그가 보는 앞에서 음독 자살했다. 하나 있는 형은 간질에 걸렸다. 그렇다고 모든 그의 가족이 이렇게 불행한 인생을 산 건 아니다. 그나마 멀쩡한 사람이 할아버지랑 작은 형인데 할아버지는 후에 돌아가시고 작은 형은 그냥 집떠나서 지 알아서 잘살다가 가끔 김용제와 만나 일자리를 주선해주며 근근히 도움을 준다. 하지만 김용제는 시각장애 때문에 모든 직장에서 잘리고 시기가 시기인지라 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인간은 대부분 욕구를 느끼고 그것을 성취하면서 삶의 기쁨을 얻는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면 김용제의 삶이 그간 그의 잘못과 무관한 좌절로만 점철되어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오히려 그가 성취감을 느끼는 순간은 범죄를 저지르면서다. 그것도 딱 한 번 언급되는데 자기를 괴롭힌 공장에 불을 지르고 나왔던 때이다. 그는 아마 이 때의 경험을 계기로 실체없는 세상에게 복수할 마음을 먹지 않았을까 싶다. 

 

뭐 그렇다고 그가 오로지 착한 인간은 아니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작은 도둑질을 시작했다. 그리고 고작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자위를 시작함...  책에는 여자들이 자기들을 먼저 유혹해서 성관계를 맺었다고 나와있는데 난 솔직히 이건 믿기지가 않는다. 지가 억지로 그런걸 내뇌망상으로 미화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도둑질 외에도 각종 폭력적인 언행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나도 천주교지만  가끔 천주교도들이 실천하려하는 가해자에 대한 봉사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수녀님과 신부님들이 어떤 마음으로 가해자들을  돌보려는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이는 절대 피해자의 고통을 무시하고 가해자만을 위하는 처사가 아니다. 오히려 김용제는 조성애 수녀의 사랑으로 더욱 고통스러워진다. 자기가 저지른 일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 김용제는 그 전까지 자기가 해친 피해자들에게 자신이 장애인으로 태어난 것처럼 '그저 운이없어 죽었을뿐'이라는 뻔뻔한 말을 내뱉었다. 그러나 그는 수녀님을 통해 애정을 느끼고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죽은 피해자들이 살아돌아 오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마지막까지 반성도 없이 뻔뻔하게 사는 것보단 나으니까...

 

가해자에 대한 두둔이라기 보다는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는 책이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인간다운 삶이란 타인의 고통과 슬픔을 느낄 수 있는 삶이다. 그걸 못느꼈던 김용제는 괴물이 되어 타인을 해쳤다. 그러나 수녀님의 헌신으로 인간이 되어 자기가 죽인 피해자들과 유족들의 고통과 슬픔을 느끼고 반성하며 삶을 마무리한다. 어쩌면 수녀님이 그에게 주고 싶었던 것이 진정한 반성과 속죄였을지도 모른다. 

 

조성애 수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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