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9n년생으로 내가 유아이던 당시 내 또래들 사이에는 아토피가 흔했다. 나 또한 아토피 환자였고 때문에 매일 저녁 아빠가 팔다리에 빼곡한 아토피 상처를 과산화수소수로 소독해줬는데 그게 너무 아파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상처뿐만인가... 난 아토피 때문에 유치원에서는 다른 친구들 다 우유먹을 때 혼자 요구르트 두 개 먹었고 아니면 은박 포장지에 완두콩 그림이 그려진 삼육두유를 먹었다. 집에서는 엄마가 콩을 삶아서... 그 위에 콩가루를 뿌려 줬고 아주아주 쓴 야채도 그냥 막 씹어먹었던 기억이 난다. 고통스러운 나날이었지...휴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나는 초등학교 그 이후부터는 아토피 때문에 고통받은 기억이 없다. 성인이 된 이후로는 딱 한번, 매일 밤샘에 술쳐먹고 다니던 시절 어느 순간부터 팔, 다리 오금이 가렵고 습진이 올라와서 정신차리고 정상 생활패턴 되찾았더니 금방 가라앉고 다신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반면 우리 사촌오빠는 나와는 다르게 10대에도, 성인이 된 이후에도 아토피가 정말 심해서 늘 하얀 각질가루가 팔다리에 일어나 있고 입술 주위, 오금 부분이 벌겋게 부어있었다. 고모는 맨날 우리 엄마한테 속상하다면서 ㅇㅇ이는 어떻게 저렇게 건강해졌냐고 물어보면서 하소연하셨는데 그 때마다 우리엄마는 자랑스럽게 쟤가 워낙 잘먹어서 면역력이 좋아져서 아토피를 다 이겨 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는 어려서 아무생각 없었지만 생각해 보면... 정확히는 먹는 양이 아니라 먹는 음식의 질에 영향이 있지 않나 싶음. 아토피는 보통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같이 작용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촌오빠랑 나는 뭐... 같은 집안의 아토피 유전자를 보유했다 치면 환경적 요인은 정말 판이하게 다른 아이들이었기 때문이다.
명절 때랑 각종 경조사 때 몇번 보고 사촌오빠네(고모네) 식습관에 대해서 다 안다고 할 순 없지만... 왜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대충 봐도 우리집과는 너무 다른? 식생활 체계를 가지고 있었음. 항상 그 사촌오빠는 과자를 들고다녔고 시골에 오기전에 마트에 들러 장을 한가득 봐왔는데 바구니 안에 각종 과자, 빵, 아이스크림뿐만 아니라 김밥, 롤, 유부초밥이 가득 들어있었음. 정말 나로써는 처음보는 형태의 장바구니었고 마트 김밥이나 롤을 누가 사나 싶었는데 그게 우리 고모라는 게 신기했음.
고모네가 이사를 가셔서 집들이를 할 때도 그 집 냉장고를 보면서 감탄했던 기억이 있는데 바나나우유, 초코우유, 콜라, 사이다, 환타가 가득차있고 쁘티첼에 짜요짜요 같은 주전부리들도 많았음. 찬장에는 라면이랑 과자가 역시나 많았음. 아무튼 굳이 분류를 하자면 음식이나 간식을 만들어먹기보다는 주로 완제품을 사서 먹는 집안이었던거 같음. 흥선대원군 같은 울엄마가 고모네는 사서 먹는거 하나도 안좋은데 왜 그렇게 사서 먹는지 모르겠다고 아빠한테 뒷담 하던게 아직도 기억남...
그에 비해 우리집 식문화는 고모네에 비해 굉장히 검소했음. 일단 과자는 안사놨음. 대신 엄마가 바나나랑 딸기, 두유를 갈고 거기에 꿀을 넣어서 간식으로 줬던 기억이 있음. 초딩 때는 이제 컸다고 안갈아주고 냉동실에 늘 바나나를 얼려놓았고 그걸 두유에 직접 믹서기로 갈아먹었던 기억이 난다. 과자먹고 싶다고 그거 안먹어 봤자 나만 배고프기 때문에 바나나두유 아주 맛있게 갈아먹음. 그 외 과자는 물론이고 젤리, 카랴멜, 초코우유, 푸딩, 빵 이런게 간식으로 있었던 기억이 없다. 간식은 각종 구황작물...과일 끝. 친구들이 과자를 먹는걸 보면서 부러워한 기억만 많음....ㅠㅠㅠ
그리고 라면, 햄버거같은 패스트푸드도 또래에 비해 정말 안먹었음. 난 컵라면을 처음 먹어본게 중학교 때 학원에서 친구들이랑 점심먹을 때였음. 햄버거는 엄마가 초1 때 한번 경험삼아 언니랑 먹어보고 오라고 했던 것이 최초의 경험이었고 그외 초등학교 시절 통틀어 햄버거를 먹어본건 친구들 생일파티, 학원 다과회를 제외하고는 열번도 안될 것 같음. 피자 치킨도 마찬가지...
물론 그렇다고 내가 완전 '나쁜 음식'과 유리되어 살진 않았음. 엄마 몰래 용돈으로 분식집에서 튀김, 떡볶이 사먹고, 100원짜리 불량식품도 먹었음... 꾸이꾸이에 구운 쥐포 그네타다 떨어뜨렸는데 아까워서 물에 씻어서 먹은적도 있음 ㅎㅎㅎ 아우 드러... ㅋㅋㅋㅋ그러나 확실히 그 당시에도 나는 내가 또래애들보다 훨씬 군것질을 덜한다는 걸 스스로도 느꼈음.
이 사실은 중고딩 때 더 확실하게 느꼈는데 그 이유는 중고딩 때는 학교 내에 매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신기하개도 맨날!!!! 쉬는 시간마다!!!! 매점에 가서 뭔갈 사먹는 애들이 있음!!!!! 500원짜리... 돈갑내기 같은 빵 사먹고, 컵라면 먹고, 과자먹고, 오징어 먹고 하는 애들이 있었음. 매점가서 군것질거리 사먹는게 습관화된 친구들이 몇몇... 아니 꽤 많아서 나는 그때도 얘들이 나랑 완전히 다른 식생활 체계를 가진 사람들이구나 하고 실감했음. 나는 매점은 친구들이 같이 가자할 때 빼고는 안가고 같이 가도 안사먹거나 우유에 타먹는 제티 아니면 츄파츕스, 여름에는 아이스크림 외에는 안먹었음. 그치만 급식은 1도 남김없이 싹싹 긁어먹음. 급식 최고!
이런 생활 덕분에 나는 아토피 완치는 물론이고 잔병치레도 없이 컸다. 중고딩 때는 병원에 가본적이 없다. 감기도 잘 안걸리고 체한 적도 없다. 환경호르몬에 확실히 노출이 덜 된 탓인지 생리도 고3으로 올라가는 겨울방학 때 함ㅎㅎㅎㅎ 너무 편했음.
그러나....대학교 때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건강을 파탄내기 시작해 20대 중반즈음 여러가지 잔병에 걸렸다가 지금 겨우 다시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아무튼 요즘도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들이 많다길래 한번 어릴 때 기억을 풀어봄. 근데 나의 저 식생활은 그때 당시여서 가능했던 것 같다. 그때 당시에는 아마 저렇게 음식을 완제품으로 사기보다는 재료들을 사서 직접 조리해서 먹는 집들이 많았고 가공식품을 아마 그렇게 많이 팔지도 않았을걸?
그런데 요즘 애기들 먹는걸 보면 바나나, 귤, 고구마를 간식으로 먹기보다는 바나나 귤 고구마가 '함유'됐다는 건강한 과자를 먹던데... 게다가 아토피 걸린 아이들에게는 그냥 밀가루 대신 유기농 밀가루, 밀가루 대신 쌀가루 등등 건강한 재료들로 '가공'된 식품들을 먹이던데... 그냥 아예 안먹이면 안되는건가... 싶은 의문이 들지만 그런 식품들이 마트마다 넘쳐나는 세상에서 내가 감히 지금 애키우느라 힘든 부모들에게 주제넘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가 싶음.
뭐 솔직히 말해서 우리할머니가 직접 수확한 고구마가 오히려 더 세균 덩어리고 공장에서 깨끗하게 처리된 공정으로 생산된 고구마 과자가 더 위생적이고 건강한 식품일 수도 있지만...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지금도 아토피로 고생하는 사촌오빠랑 아토피가 완치된 나의 차이는 아마 식습관의 차이인거 같음. 그러나 나는 요즘시대에 저 때 나처럼 살라고 하면 절대 못살거 같음.
3줄 요약
1. 본인 어릴 때 과자, 패스트푸드 잘 안먹음. 밥만 디지게 많이 먹음
2. 아토피 지금도 가지고 있는 사촌오빠 과자 패스트푸드 많이 먹음
3. 아토피는 식생활이 정말 중요한 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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