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반포에 집을 산 친구 집에 놀러 갔습니다. 아파트 주변에 신기하게도 어린 학생들이 몰려있어서 친구에게 물어보니 이웃에 인기 아이돌 멤버가 이사 왔는데 그 아이돌을 쫓아다니는 팬들이랍니다. 동방신기 때 사생이란 말만 들었지 저렇게 직접 사생팬을 보니 신기했습니다. 더불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너무... 정말 너무 어려 보이는 학생들도 있어서 조금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왜 미래를 준비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고작 아이돌을 쫓아다니는지....
물론 사생팬들은 자기 인생 자기가 스스로 망친 거니 안타까워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저런 사생팬들이 제가 유치원생이었던 동방신기 시절부터 지금까지 있을 정도면 이젠 사람의 문제라기보다는 산업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케이팝 산업 자체가 남 사생활을 쫓아다닐 정도의 집착을 팬들에게 심어주는 거죠. 저는 이들이 팬들을 착취하면서 팬들의 집착을 끌어올린다고 생각합니다. 착취한다는 것은 팬들이 가수에게 많은 희생을 한다는 것인데 그럴수록 팬은 가수에게 일정의 보상심리를 갖게 되거든요.
저는 그래서 인터넷에서 팬들이 자기 아이돌의 언어뿐인 팬사랑을 자랑하는데 좀 웃깁니다. 그런 경우 대부분 팬들이 가수한테 극한의 서포트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막대한 물질적인 보상에 그것을 이뤄준 팬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게 사랑이라면... 물론 가수가 팬들에게 감사하단 소리를 하는 것은 명백한 사랑의 표현입니다. 자신의 음악을 즐겨주고 공연을 보러 찾아와 준 이들을 향한 아티스트로써의 애정이죠. 근데 K-아이돌팬들은 단순히 음악을 즐기는 수준으로 아이돌을 서포트하지 않습니다. 물질 자원을 대량으로 사용하며 서포트를 하던데 이것에 감사하는 게 그저 말 몇 마디라면 너무 불균형한 관계 아닌가요?
그래서 전 이 글이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거의 5년 전 글이긴 하지만 이곳은 연예인 덕질을 하는 사이트이고 대부분의 유저들이 빅뱅을 굉장히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빅뱅을 팬사랑이 없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빅뱅이야말로 진심으로 팬을 존중하고 팬을 최선의 방식으로 사랑한다고 생각합니다.
1. 빅뱅은 팬사인회를 하지 않는다
현 시대에 우리는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습니다. 와이파이가 대중화되어있고 전국적인 통신망 설치로 데이터 요금이 비싸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 맞춰 대부분의 가수들 앨범 판매량이 몇 년 동안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당연한 결과입니다. CD플레이어도 구하기 힘들고, 심지어 노트북과 PC에 장착되어있던 CD플레이어 역시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앨범을 사봤자 음악을 들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가수의 팬들은 예전보다는 앨범을 구입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계속 KPOP씬에서 CD형태의 앨범은 잘 팔리는 걸까요?
전 그게 팬사인회를 볼모로 한 상술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앨범을 사면 추첨을 통해 사인회에 참석할 수 있게 해 주는데 이 이벤트에 당첨될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앨범을 대량으로 사들이는 것입니다. 전 기껏 해봐야 한 20만 원어치 사나?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생전 처음 들어보는 아이돌도 기본 2-300만 원은 고작 앨범을 구입하는데 쓰더라고요...... 그렇게 팬사인회에 당첨되면 정성스럽게 꾸미고 자기의 폰번호를 쓴 쪽지를 아이돌에게 쥐여주기도 한다고 합니다... 정말 헛된 환상의 시작이네요.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09/2018110901682.html
빅뱅은 팬사인회 안 합니다. 뭐 솔직히 지들이 귀찮아서 안 하는 걸로 보이지만 어쨌든 팬들에게 콘서트 외에 빅뱅과 직접 만날 기회를 차단합니다. 팬들과 만나지 않는다고 팬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팬들은 쓸데없이 앨범 사재기할 일도 없고 빅뱅에게 헛된 환상을 품을 일도 없습니다. 경제적으로 타격도 없고 시간도 아낍니다.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팬에게 수백만 원의 돈과 많은 돈을 쓰게 하는 사람과 사랑한다고는 말하지 않지만 돈과 시간을 팬 자신의 인생에 투자하게 만드는 사람 중 어떤 사람이 더 팬을 사랑하는 건가요..?
2. 빅뱅은 스스로 커리어를 만든다.
케이팝 씬에는 정말 이상한 '초동'이라는 문화가 있습니다. 초동은 앨범 발매 후 일주일 간의 앨범 판매량을 말하는데 이 기록이 높으면 팬들이 아니라 가수들에게만 좋은 커리어가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초동 기록을 높이기 위해 팬들이 앨범을 죽어라 구매한다고 합니다. 선후관계가 조금 이상하지 않습니까?
*정상 새 앨범이 좋아 팬들이 앨범을 많이 샀다 > 좋은 커리어가 된다 *비정상 새 앨범이 좋은 커리어가 되어야 해서 > 팬들이 앨범을 많이 산다..... |
팬들이 앨범을 많이 사서 팬들이 돈 벌고 팬들 각자의 직업에 좋은 커리어가 된다면 모를까 왜 남 좋은 일을 저렇게 열심히, 큰 희생을 들여가며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팬들이 멍청하다, 이런 건 아니고 돈 벌려고 초동이라는 이상한 문화를 방치하는 엔터사와 음반유통사들이 욕먹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이렇게 앨범 초동 경쟁이 순위 매겨져 아이돌 팬들이 아이돌을 위해 열심히 앨범을 사는 와중에도 빅뱅 팬들은 빅뱅 앨범 판매량이 초라하게 나와서 다른 팬들의 비웃음을 사건 말건 쓸데없는 앨범 안 삽니다. 시디플레이어도 없는데 시디 음반을 사서 뭐에 쓰냐는 겁니다. 아주 정상적인 사고방식이죠. 티브이가 없으면 티브이 리모컨을 안 사는 게 당연하듯 말입니다.
또한 아이돌 팬덤에는 '스트리밍 노동'이라는 문화가 있습니다. 솔직히 팬들도 일반 리스너들이 자기 아이돌 노래 안 듣는 거 압니다. 악의를 가지고 안 듣는 것도 아니고 별생각 없이 당연하다는 듯 거른다는 거 압니다. 그래서 스트리 밍량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이를 가지고 일부에서 비웃음을 당하는 게 싫었는지 스트리밍도 통제를 합니다. 음원 총공팀을 꾸려 음원사이트에 아이디를 여러 개 만들고 팬들로부터 모금을 받습니다. 모금받은 돈으로 공기계와 주인 없는 아이디의 이용권을 사서 스트리밍을 돌리고 음원을 다운로드해 선물하며 탑 100을 듣는 머글들이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게 차트 순위를 올립니다. 이게 도대체 그렇게 비난을 받았던 음원 사재기랑 다를게 뭐죠 생체 기계 vs 진짜 기계/ 자발적 노예 vs자본주의 노예
아이돌들아 너네 팬들도 니네 음악 안 듣고 볼륨 0으로 해놓고 스밍 돌린단다... 좀 음악 좀 잘해봐라
이런 음원 총공도 빅뱅 팬문화에는 없습니다. 예전부터 음악 하나는 정말 듣기 좋게 대중적으로 잘 만들어 브랜드 구축을 확실히 해왔기에 머글들은 빅뱅 노래를 찾아서 듣습니다. 굳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음원 순위가 잘 나오니 굳이 팬들은 조직을 만들어 음원 총공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빅뱅 팬은 또 시간과 돈을 아꼈네요.
그렇다고 빅뱅이 팬이 없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아래는 빅뱅이 신곡을 낸 후 최대 스트리밍 사이트인 멜론의 표인데 다들 이렇게 빅뱅의 음원을 들었습니다. 음악을 스트리밍으로 듣는 시대에 음원 스트리밍 이용자가 많다 > 많은 사람들이 빅뱅의 음악을 듣는다 > 빅뱅은 팬이 많다는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반면 앨범이 몇백만 장이나 팔린 아이돌 그룹들은 순위에도 오르지 못했네요. 앨범을 1인당 1개씩 구매했다고 하면 왜 그 사람들은 정작 음원은 안 듣는 거죠? 일부팬들이 음반을 과하게 구매한다고 해석하는 게 맞습니다.
결과적으로 전 빅뱅이 팬들을 착취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팬들과의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착취하지 않으니 팬들은 빅뱅에 과몰입을 하지 않죠. 빅뱅의 성공에 팬들 본인이 생각해도 별로 한 일이 없습니다. 빅뱅이 연애를 해도 상대 여자가 조금 부러울 뿐 심지어 부럽지도 않다함 큰 배신감은 들지 않습니다. 어떤 이유로 빅뱅을 탈덕해도 팬은 실질적으로 잃은 게 없습니다. 돈도 별로 안 썼고 시간 투자를 많이 한 것도 아닙니다. 그냥 주변 지인들이 놀리는 거에 장단 맞춰주거나 조금 한탄하다가 다시 자기 인생 잘 살겠죠.
빅뱅은 팬들에게는 오직 음악을 듣는 즐거움만을 주려고 합니다. 커리어는 본인들이 좋은 음악으로 대중들에게 음악적 신뢰를 쌓아 본인들이 스스로 만들죠. 팬들에게 자신들이 세운 기록을 어필하지도 않고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팬은 음악을 듣는 것 외에 빅뱅을 위해 할 일이 없습니다. 가수로써 팬들에게 즐겁기만 한 마음으로 좋은 문화를 누리게 해 주려는 에티튜드 자체가 빅뱅이 팬들을 리스너로 존중한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착취당한 아이돌 팬덤에는 사생팬으로 전향해 인생을 망친 사람과 돈과 시간을 많이 투자한 사람들이 상당수 비율로 있습니다. 이들은 가수가 연애라는 아주 사소한 스캔들을 일으켜도 가수를 극딜 합니다. 팬들이 너에게 얼마나 잘했는데(앨범 얼마나 사주고 스밍 얼마나 돌려주고 굿즈 얼마나 사줬는데!) 연애를 해 팬들을 기만하냐고 욕합니다. 탈덕을 하면 쓸데없이 낭비했던 것들에 후회가 되고 방안에는 아무도 가져가지 않을 똑같은 앨범 수십 장들이 쌓여있을 뿐입니다. 사랑을 받은 게 맞나요...?
물론 무엇을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은 좋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그건 생산적인 것일 때 의미가 있는 것이지 생산으로 이어지지도 않는 남을 위한 소비를 그렇게 열정적으로 하는 게 본인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람들이 비정상적이라고 할 정도로 아이돌들에게만 좋은 이상한 소비인데 본인의 취미이니 괜찮다고 하는 것은 사이비 신도를 옹호하는 논리도 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심지어 앨범을 대량으로 구매해서 최애의 포카가 나올 때까지 포장을 뜯는 앨범 깡 브이로그도 있는데 마치 사이비 신도의 헌금 깡을 보는 것 같습니다. 이건 아마도 팬들의 비정상적인 케이팝 소비행위를 부추기려는 엔터기업과 음반유통사의 교묘한 바이럴이 아닐까요? 한 번쯤은 이런 소비행위를 비판할 법도 한데 업계에 돈이 되다 보니 다들 이런 문화를 정상적인 것처럼 취급하는 게 정말 기괴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아이돌들이 팬들을 착취한다는 거냐?' 하면 아이돌들이 직접 팬들을 착취한다기보다는 아이돌 산업이 팬들을 착취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이돌들이 무슨 죄가 있겠어요. 만악의 근원 에스엠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아이돌들에게 인터뷰에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 카메라 앞에서 어떻게 이미지를 구축해나갈지도 가르쳐준다 하니 열심히 배운 대로 행동한 아이돌들에게는 죄가 없죠. 아이돌 산업에서 팬들이 소비자로 좀 더 주권을 행사해야 할 텐데 눈먼 사랑이 기반이 됐기 때문에 아무리 소비자가 팬들일 지라도 팬들은 철저히 '을'의 입장입니다.
뭐 아이돌이 해야 할 일이 음악보다는 팬서비스 잘하고 가식적이나마 예쁜 청춘 서적에나 나올 법한 말을 많이 해주는 것뿐이라면 할 말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엔터시장이 이렇게 사람 자체에 헛된 환상을 심어 파는 식으로 간다면 결국 팬들에게도 안 좋고 아이돌들도 힘들 테고 음악의 질은 점점 낮아지겠죠. 사고를 칠지라도 다시 빅뱅 같은 음악적 힘을 지닌 아이돌이 나와서 아이돌의 주 할 일을 음악으로 돌려놓았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음악을 하게 되면 대중적으로도 인기가 높아져 스스로도 커리어를 쌓게 되고 팬들도 집착을 하지 않는, 다시 그렇게 서로에게 가벼운 즐거움만을 주는 관계가 될 수 있겠죠. 문화는 열심히 노력하면서 향유하게 아니라 즐기는 겁니다.
빅뱅을 칭찬하려는 게 아니라 이상하게 변해버린 케이팝 내 소비행위에 대해 비판을 하고 싶었습니다.
*추가 적폐 행위
거기다 그 쓸모없는 앨범들은 이런 애물단지가 됩니다. 아이돌들도 슬프지 않을까요? 가수의 꿈을 꿨는데 자기 노래는 아무도 안 듣고 볼륨 0으로 낮춰져서 무의미하게 재생기록만 찍히는 데다가 앨범은 아무도 가지기 싫어하는 애물단지...아니 그냥 돈만 많이 버니까 좋은 건가요? 좀 음악을 들읍시다... 왜 자기들도 자기 아이돌 노래 안듣고 아이유나 백예린 노래 들으면서 남에겐 아이돌 노래 듣기 강요를.. 거기다 자기들도 앨범 가지기 싫으면서 왜 남한테 기부하는 척 생색내면서 쓰레기 처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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